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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다시 광장에 섰다 — 5·18 46주년, 헌법 전문 수록 약속과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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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다시 광장에 섰다 — 5·18 46주년, 헌법 전문 수록 약속과 우리가 기억하는 방식

firststep 2026. 5. 18. 16:29

1. 오늘의 한 줄 — 광주가 다시 광장에 섰다

이미지 검색 키워드: gwangju may 18 memorial square
캡션: 46년이 흘렀지만, 광장은 여전히 그날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6주년이 되는 오늘, 광주는 다시 한 번 광장의 도시가 되었다. 국립5·18민주묘지에는 비가 내리듯 차분한 추모의 공기가 흘렀고, 5·18민주광장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여야 정치인과 시민의 목소리로 한데 모여 울려퍼졌다. 46년 전 도청 앞을 지키던 시민군의 외침이,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국회 앞을 막아선 시민들의 외침이 어쩐지 같은 결로 겹쳐지는 하루였다.

올해 기념식은 평년과는 결이 좀 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 다시 한 번 공식화되었다는 점에서다. 동시에 40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16살 양창근 열사의 이야기가 전해졌고, 한편에서는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이벤트를 둘러싼 작은 논란도 함께 번졌다. 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이 단순한 묵념의 의식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정치이자 일상의 문제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하루였다.

 

 

2. 대통령의 첫 광주, 그리고 헌법 수록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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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헌화하는 손끝에 담긴 약속은, 이번에는 지켜질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헌화하고 분향했다. 묘역을 둘러보던 중 유족 앞에서 잠시 멈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정치인의 눈물이 진심인지 연출인지 따지는 일은 늘 피로한 일이지만, 적어도 이 장면 자체가 광주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념사에서 대통령은 "광주의 5월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정신"이라며 "대동세상, 빛의혁명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5·18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사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개헌안에 포함되었다가 개헌 자체가 무산되며 미뤄졌고, 이후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이어져 왔지만 번번이 정치적 일정에 밀려 좌초되곤 했다. 이번 약속이 이전과 어떻게 다를지는, 결국 개헌 논의 자체를 어떻게 끌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통령이 5·18을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시민 주권 문제로 위치시켰다는 점이다. "광주의 정신이 헌법에 새겨질 때, 비로소 우리는 같은 비극을 다시 겪지 않을 최소한의 약속을 갖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헌법 전문 수록은 상징적 행위이지만, 동시에 국가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는 매우 현실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3. 40년 만에 이름을 찾은 열사들 — 양창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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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이름을 되찾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존재를 비로소 사회가 인정한다는 뜻이다.

올해 기념식에서 가장 마음을 오래 붙드는 이야기는 양창근 열사에 관한 것이었다. 1980년 5월 당시 열여섯 살이었던 양창근 군은 광주 시내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지만, 오랫동안 정확한 신원과 사망 경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신원미상'에 가까운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진상규명조사위원회와 유족, 시민단체의 끈질긴 추적 끝에 그의 이름과 생애가 확인되었고, 5·18 유공자 등록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이름이 잊혀져 있었다는 사실은 무겁다. 동시에, 그 이름이 끝내 다시 호명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5·18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거울이기도 하다. 진상규명은 끝났다고 선언하기보다,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사라진 사람, 알려지지 않은 사람,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양창근 열사뿐만이 아니다. 행방불명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이들, 가족조차 사망 사실을 제때 알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있다. 이름을 찾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명부에 한 줄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사회가 비로소 받아들이는 의식이라는 점에서, 양창근이라는 이름은 오래 기억해둘 만하다.

 

 

 

4. 12·3과 5·18 — 연결되는 두 개의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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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두 개의 광장은 시간을 가로질러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대통령의 기념사에서 가장 의미심장했던 대목은 5·18과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직접 연결지은 부분이었다. "1980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 앞에 섰던 것처럼, 2024년의 대한국민도 다시 한 번 계엄군을 막아냈다"는 발언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비교이지만, 시민이 국가폭력 앞에 직접 몸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같은 계보 위에 있다는 인식은 이제 꽤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물론 두 사건은 같지 않다. 1980년의 광주는 정보가 차단되고 도시 전체가 고립된 상태에서 무장 진압이 이루어졌고, 인명 피해의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반면 2024년 12월 3일은 SNS와 실시간 방송, 국회의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봉합되었다. 그러나 '계엄'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 시민들이 망설임 없이 거리로 나와 무장 병력과 마주 섰다는 사실 자체는 1980년 광주의 기억이 한국 사회 안에 얼마나 깊이 새겨져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광주가 없었다면 12·3의 시민 대응도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광장에 서는 법, 비폭력으로 진압에 맞서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정도면 위험하니 집에 있어야 한다'는 두려움을 넘어서는 감각. 그 모든 것을 한국 사회는 5·18로부터 배웠다. 그래서 이날 광주 기념식에서 12·3을 언급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두 광장을 잇는 역사적 자기 인식의 표현에 가깝다.

 

 

 

5. 작은 논란들 — 우리가 5·18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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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일상 속에서 5월을 기억하는 일은, 생각보다 섬세한 감각을 요구한다.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서는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Tank Day)' 이벤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매장에서 진행된 대용량 텀블러 프로모션의 명칭이 하필 5월 18일 즈음 노출되면서, "광주에서 탱크 진압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굳이 이 시기에 써야 했느냐"는 비판이 SNS를 통해 빠르게 번졌다. 회사 측은 의도와 무관한 단순 프로모션 명칭이었다며 사과하고 관련 게시물을 내렸지만, 논란 자체는 한동안 이어졌다.

이런 사례를 두고 '예민하다'고 일축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5·18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는, 추모식장의 묵념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일상의 언어, 마케팅의 단어, 카페의 이벤트명에 이르기까지, 한 사회가 자기 역사에 대해 어떤 감수성을 갖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광주를 모른 채 '탱크'를 쓰는 것과, 광주를 알고 난 뒤에도 '탱크'를 쓰는 것은 다르다.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해명이 될 수 있지만, 면제는 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5·18을 둘러싼 왜곡과 폄훼 발언도 종종 등장한다. 사법적·제도적으로 5·18은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온라인의 일부 공간에서는 음모론 수준의 주장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된다. 헌법 전문 수록 논의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한 사회가 어떤 사건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일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그 사건에 대한 거짓된 서사를 사회적으로 거절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6. 오늘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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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광주의 5월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

광주의 46주년은 의례적인 기념의 해가 아니라, 꽤 많은 결을 동시에 품은 하루였다. 새 대통령의 첫 광주 방문과 헌법 전문 수록 약속, 40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열여섯 살 양창근 열사, 12·3 계엄과 1980년 5월을 잇는 시민의 광장, 그리고 일상 속에서 5월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묻는 작은 논란들. 이 모든 것이 5·18이 여전히 살아 있는 사건임을 보여준다.

기억한다는 것은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하나는 떠난 사람들의 이름을 잊지 않는 일, 또 하나는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오늘의 광장을 지키는 일. 헌법 전문에 한 줄이 들어가는 것도, 카페 이벤트 이름 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결의 일이다. 큰 약속과 작은 감수성,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46년 전 오늘 광주에서 일어난 일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정신은 헌법으로, 광장으로, 그리고 우리의 언어와 일상으로 계속 이어진다. 다음 5월에 광주가 어떤 표정으로 다시 광장에 설지는, 결국 그 사이의 365일을 우리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